[앵커]
전기차 배터리 폭발 사고는 피해 규모가 더 큽니다.
불이 나면 삽시간에 번지고, 물을 퍼부어도 좀 처럼 꺼지지 않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속도로 요금소 앞, 차에서 불길이 치솟습니다.
소방관들이 물을 뿌려도, 연기가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최초 목격자]
"너무 밝구나 생각하고 앞에 가니까 차가 불에 타고 있는 거예요. 보닛이 시꺼멓게 완전 다 탈 정도로."
부산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아이오닉 전기차가 요금소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은 건 지난 4일.
사고 직후 불이 붙었고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숨졌습니다.
전기차 사고가 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나와 있습니다.
사고가 난지 열흘 넘게 지났지만 까맣게 그을린 충격흡수대에는 당시의 화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차량 뼈대만 남을 때까지 타고서도 배터리 열은 식지 않았고, 2차 발화를 막기 위해 이동식 수조까지 동원됐습니다.
화재 진압에도 7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한정도 부산강서소방서 화재조사관]
"전기가 계속 공급되는 상태였고, 연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이동식 수조를 설치해서…."
테슬라 전기차에서 뿌연 연기가 올라옵니다.
보통 엔진룸에서 불길이 치솟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달리, 연기가 나는 곳은 시트 바닥입니다.
갑자기 불이 번쩍이더니 옆에 있던 오토바이로 옮겨 붙습니다.
[화재 전기차 운전자]
"1분만 늦었어도 '내가 저 안에서 죽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차 운전도 못하고. 고속도로에 있었다거나 차를 세울 수 없는 상황이었으면 나도 죽지 않았을까."
경찰과 소방이 조사했지만, 결과는 '원인 불명'이었습니다.
전기차 불을 끄기 어려운 건 배터리 열폭주 현상 때문입니다.
차량 바닥의 배터리팩이 충격으로 손상되면, 온도가 순식간에 800도까지 치솟으며 연쇄 폭발하듯 불이 번집니다.
배터리 열은 계속해서 끓어오르기 때문에 불을 끄는 시간도 길어지는 겁니다.
지난 16일 소방당국의 실험 현장.
전기차 화재 진압에 쓰인 물은 5천 리터가 넘었습니다.
외부 불을 끄는데 1천 리터, 배터리 팩을 식히는데 4천 리터를 쏟아 부었습니다.
그래도 배터리 열은 완전히 식지 않았습니다.
소방펌프차 용량이 보통 3천 리터인 걸 고려하면, 최소 2대 이상 투입돼야 불을 끌 수 있는 겁니다
자동차 업계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지금의 배터리는 액체형이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하고요. (고체형은)공기 중에 노출돼도 화재 위험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고체배터리 소재 쪽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져 (갑니다.)"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59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자동차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지만, 안전 인프라는 취약합니다.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이동식 수조는 부산, 세종, 경기에만 있고 서울에는 아예 없습니다.
소방당국은 현재 14개인 수조를 연말까지 추가할 계획이지만,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